보물창고

기다리고 고대하던 월급날. 하지만 나를 찾아온 것은 월급뿐이 아니다. ‘XX 고객님이 납부하실 금액은~’, ‘XX님 결제금액 출금 예정’, ‘고객님, O월 청구액은~’ 고객님을 찾는 친절하고도 섬뜩한 인사에 내 월급은 채팅방에 잘못 초대된 낯선 이처럼 금세 로그아웃하고 만다. 잠시 얼굴만 비추고 떠나버린 통장 속 숫자들은 다시 ‘0’을 향해 달려가고, 그렇게 이번 달에도 월급은 통장을 스치고 지나간다.

 

1. 티끌이라도 모아야 태산을 꿈꾼다

금연, 다이어트, 영어공부와 함께 ‘다짐 4대 천왕’으로 손꼽히는 재테크는 유독 1월이면 더욱 간절해진다. 새해에는 꼭 부자가 되라는 살가운 덕담 탓이 아니다. 불어난 살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나의 통장이어야 했음을 연말정산을 마친 뒤 다시 한번 깨닫기 때문이다. 이 맘 때 서점에 가보면 ‘주식으로 억대 연봉 만들기’, ‘건물주 되는 부동산 투자법’ 등의 재테크 서적이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책의 첫 장을 열어보니, 돈이 필요해 돈을 주고 산 책에서 일단 돈을 모으라고 말한다. 그렇다! 주식도, 부동산도 종잣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직장인의 재테크는 종잣돈 마련을 위해 월급을 모으는 것에서 시작한다. 티끌 모아봐야 티끌이라고? 물 론 티끌이 태산이 되는 마술은 존재하지 않지만, 티끌이라도 모아야 태산의 기적을 꿈꿀 수 있지 않은가.

 

2. 무조건 쪼개자

직장인, 특히 사회생활 초년생이 가장 많이 들어본 월급관리 방법은 바로 ‘통장 쪼개기’ 일 것이다. 통장을 쪼개는 것은 자신의 소비 흐름을 정확히 계산하고, 불필요하게 ‘새는 돈’을 막아 효과적으로 자금을 모 을 수 있게 도와준다. 통장은 크게 ①월급 통장 ②저축 통장 ③생활비 통장 ④비상금 통장 등 4개로 나누는 것을 추천한다. 먼저 월급 통장은 정기 급여를 비롯해 모든 수익을 집중하는 통장이다. 여기서 월세나 보험료, 공과금 등 ‘고정 지출’을 빠져나가게 하면 실질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소득의 양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저축 통장은 월급이 들어왔을 때 1순위로 채워야 하는 통장이다. 매월 소득의 일정 부분을 적금과 예금을 통해 정기적으로 집어넣어야 하며, 도중에 해지하는 일이 없도록 적정액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비 통장은 식비, 쇼핑, 교통비 등 그 액수가 고정적이지 않은 지출을 할 때 사용한다. 금액은 최근 3 개월간의 소비 패턴을 파악해 평균으로 잡아놓되, 한 달 후 평균보다 적은 지출을 했다면 잔액을 비상금 통장으로 이체한다. 미리 짜 놓은 예산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절약하는 소비습관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끝으로, 비상금 통장은 경조사비 등 예상치 못한 큰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만들어두어야 한다. 매달 월급의 일부를 쪼개 비상금 통장을 채워두면 목돈이나 급전이 필요할 때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3. 소득은 월급, 지출은 주급!

통장 쪼개기를 통해 월급 관리의 질(質)을 높였다면, 이제 소비 패턴의 변화를 통해 양(量)을 늘릴 차례 다. 사실 월급을 많이 모을 수 있는 방법은 상당히 간단하다. 소득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이거나 둘 중 하 나다. 월급이 갑자기 많아질 리는 없으니 계획적이고 알뜰한 소비로, ‘많이 남기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한 취업 포털 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65%가 평균 ‘16일’만에 월급을 모두 써버린 다고 한다. 다음 월급날까지 남겨진 보름 가량의 시간은 말 그대로 ‘월급 고개’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 달 생활비를 ‘4’로 나누고, 일주일 단위로 소비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반복되는 월급 고 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고정지출을 제외한 월평균 생활비가 60만 원이라 면, ‘15만 원 X 4주’의 형태로 주간 단위의 소비 패턴을 실행해보자. 계획적인 소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한 달보다는 한 주가 소비를 관리하기에 훨씬 수월할 것이 다. 기간을 더 짧게 해서 하루에 1~2만 원을 쓰는 방법도 있지만, 요즘 치킨 한 마리도 2만 원씩 한다. 매일 거듭된 실패에 다시 ‘월급 방탕자’가 되어 버릴 수 있으니, 주간 단위로 끊는 것이 좋겠다.

 

4. 내년 1월, 다시 만나요

돈을 모으기만 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쓸 줄 모른다’는 것이다. 당장 지금은 아니라고 해도 막상 돈을 모으기 시작하면 쓰기 아깝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정신을 지배할 것이다. 하지만 목표에 맞게 모 은 돈이라면, 그 목표에 맞게 사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쓸 줄 알아야 비로소 모으는 즐거움이 생기기 때 문이다. 그래서 新 직장인 생활백서는 내년 1월에 다시 한번 이 주제를 가지고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번 화 가 ‘기초 편’이었다면, 다음에는 ‘심화 편’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내년 1월에는 반드시 그동안 통장을 쪼개 고 주급 생활을 하면서 모은 월급으로 사고 싶었던 것을 사거나, 돈을 들여해보고 싶었던 것에 도전할 것 을 추천한다. 1년간 아끼느라 고생한 자신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해준다면, 분명 후년, 내후년에는 더 큰 목표를 가지고 통장을 사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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