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창고

할머니들의 간식과 옷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취향을 저격했다. 소 박한 옛날식 먹거리와 편안한 스타일링이 ‘복고=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젊은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 할머니들의 먹거리와 패션을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1990년대 중반 출생)를 의미하는 ‘할 메니얼’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할 메니얼’은 할머니의 사투리인 ‘할머니’와 밀레니얼 세대의 ‘밀레니얼’을 합 성한 용어다. SNS 인증숏과 위트 있는 문구를 통해 ‘할머니 취향’을 인증하는 2030 세대의 ‘할밍 아웃(할머니+커밍아웃)’이 늘면서 ‘대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식음료·패션 업계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건강’ 주요 키워드… 구수한 옛맛에 ‘현대적 재해석’까지

‘할 메니얼’들이 찾는 먹거리 주요 키워드는 ‘건강’이 다. 코로나19로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 나선 젊은이들에게 ‘옛 것’이 품은 건강한 맛이 인기를 끌면서, 맵 고 짜고 자극적인 맛 대신 담백하고 구수한 간식들 이 쏟아지고 있다. 떡이나 약과 등은 물론 흑임자·인 절미·팥·쑥 등을 식재료로 활용한 디저트와 음료가 속속 선보이고 있는 것.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10개 제품 중 9개가 전통 간식으로, 판매량만 250만 개를 넘어섰다. 연간 70만 개 이상 팔려 판매량 1위를 기록한 ‘자주 달고나’를 비롯, ‘달 콤바삭 누룽지 과자’, 연근 부각, 약과 등 국내산 재료로 만든 간식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음료도 예외는 아니다. 젊은 층이 주로 찾는 편의 점들에서 전통음료 인기가 단적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상반기 편의점 GS25 식혜 구매 고객 중 60%는 2030 세대에 해당한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세븐셀렉 트 상주곶감수정과’를 선보이며 전통음료 열풍에 동참했다.

 

편의점 CU의 디저트 떡 매출도 2030 세대의 관심 속에 계속 상승 중이다. 2020년 28.6%, 2021년 32.1% 신장한 데 이어 올해에도 전년 동기(1~5월) 대비 36.1% 올랐다. CU에서 떡을 구매한 고객 중 30대(35.5%)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20대 (28.3%)가 뒤를 이었다. CU는 이 같은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해 최근 카스텔라 고물 떡, 인절미 콩고물 떡 등 한국형 디저트 고물당 시리즈 2종을 출시하기도 했다.

 

전통적 먹거리에 가미된 현대적 재해석도 MZ 세대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스타벅스는 올해 첫 신메뉴로 흑임자 크림 케이크를 출시해, 보름 만에 13만 개 이상 판매했다. 앞서 스타벅스가 지난해 선보인 곡물 음료 ‘홀 그레인 오트 라테’와 ‘홀 그레인 오트 블렌 디드’도 젊은 층의 사랑을 받았다. 2030 세대는 현미· 흑임자 등 국내산 통곡물이 들어간 스타벅스 음료의 70% 정도를 구매했다.

 

롯데리아는 최근 우유에 미숫가루를 더한 ‘미숫가루 라테’와 ‘페스츄리 꽈배기 플레인·시나몬’을 함께 선 보였다. 베이커리 카페 브레댄코(bread&co.)가 최근 선보인 ‘흑임자 가또 쇼콜라’와 ‘어린 쑥 케이크’ 역시 건강한 식재료(쑥, 흑임자, 홍차 등)의 본연의 맛과 케이크의 달콤한 맛을 균형감 있게 재현했다.

 

할 메니얼 먹거리인 만큼 ‘할머니 모델 파워’도 만만 치 않다.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첵스 파맛’에 이어 ‘첵스 팥맛’을 내놓은 농심 켈로그는 ‘국민 할머니’ 배 우 김영옥을 모델로 낙점했다. 던킨은 지난해 전통 간 식 꽈배기를 도넛으로 재해석한 ‘흑임자 꽈배기’, ‘인 절미 츄이 먼치킨’ 등을 선보이며 유튜버 박막례 할 머니를 모델로 발탁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예스러운 먹거리를 경험하는 것은 전통 식품이 생소한 젊은 세대에겐 ‘색다른 맛’에 도 전하는 셈이 된다”면서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전통 재료 간식 인증숏이 재치 있는 해시태그와 맞물 려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할머니 패션 ‘그래니 룩’ 인기… ‘여름 니트’도 떴다!

먹거리뿐만이 아니다. ‘그래니 룩(Granny look)’으로 불리는 할머니 패션도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다. 할 머니가 직접 뜬 듯한 헐렁한 니트 베스트와 카디건 은 요즘 최고의 ‘인스타그래머블 아이템’이다. 성글게 짜인 크로셰 니트부터 속이 비치는 피시 네트 니트까 지, 다양한 소재의 카디건이나 조끼가 유행 아이템으 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그래니 룩’으로 검색하면 무려 3만 4,000여 개의 게시물이 검색될 정도다.

 

이 같은 MZ세대의 ‘니트 사랑’은 2030 세대가 애용하는 패션 플랫폼에서도 뜨겁게 나타난다. 카카오 스타 일 지그재그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니트 베스트 검색량은 전년 대비 219% 증가했다. 진주 목걸이는 277%, 트위드 카디건은 100%, 플리츠 치마는 74% 의 검색 상승률을 기록했다. W 콘셉트의 지난해 10월 니트웨어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늘었 다. 그래니 룩의 대표적인 상품군인 니트 상품 중에는 수작업으로 작업된 플라워 패턴 자수 패턴의 아이템 이 큰 인기를 끌었다.

 

전통문양을 재해석한 패션 아이템도 핫하다. 아디다 스는 최근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베이커리인 태극당과 협업한 ‘슈퍼스타 태극당’을 론칭했다. 아디다스 대표 운동화인 슈퍼스타와 태극당의 문양이 어우러져 눈길을 끈다. 아디다스는 태극당이 전통을 고수하 면서도 리뉴얼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콜라보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그래니 룩’ 인기에 ‘대표 할머니 패셔니스타’ 들의 영향력도 주목받고 있다. 세련된 할머니 스타일을 뜻하는 ‘그래니 시크(Granny Chic)’의 대명사 배 우 윤여정은 한예슬에 이어 MZ세대가 주로 찾는 온 라인 쇼핑몰 지그재그의 후속 모델로 발탁돼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모바일 리서치 오픈서베이 ‘MZ세 대 패션 앱 트렌드 리포트 2021’에서 전국 15~39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4%가 지그재그의 윤여정 모델 발탁이 앱의 이미지 변화 및 구매 의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답해 ‘윤여정 파워’를 실감케 했다.

 

밀라노로 패션 유학을 간 최초 한국인 유학생으로 유명해져 ‘밀라노 할머니’라고 불리는 유튜버 밀라 논나도 MZ세대의 ‘패션 롤모델’로 떠올랐다. ‘밀라 논나’ 장명숙 씨는 93만여 명의 구독자 ‘아미치’를 위 한 고민 상담이 패션 팁 이상의 화제몰이를 하며, MZ 세대의 패션 멘토에서 인생 멘토로 영역을 확장하기 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옛 정취를 담은 콘텐츠들이 레 트로 열풍을 타고 MZ세대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전 통의 의미를 강조하되 현대적 감성과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아이템들이 각광받고 있다”면서, “할머니니 얼 트렌드 역시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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