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창고

지금의 팬데믹이 잠깐 지나가는 소나기가 아닌, 패러다임 자체를 변화시켜야 하는 생존의 문제라면 기업은 경영에 관련된 내·외부 모든 환경 및 사업전략들을 재점검해보고 근본적인 체질 개선 이 필요할지 모른다. 특히나, 약 2년 뒤면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 그룹은 더 높이 날아오를 또 다른 50년을 앞두고 지금의 팬데믹 사태를 더욱 유의미한 시그널로 받아들여 ‘포스트 팬데믹 (Post-Pandemic), 즉 코로나 19 사태가 진정된 이후의 세계’를 미 리 대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는 어떤 리스크들이 존재할까?

 

반(反) 세계화 가능성

팬데믹급 바이러스 확산이 세계화의 부작용과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고, 이로 말미암아 반(反) 세계화 흐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의 견이 많다. “코로나 19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침울한 영향과 공급 망 붕괴는 ‘세계주의자들(Globalists)’들의 관에 마지막 못을 박는 것과 같다.” 게리 실링이라는 미국 경제전문가가 최근 블룸버그 통 신에 게재한 칼럼의 한 구절이다. 그는 코로나 19가 초래할 세계화의 미래에 대해 ‘세계주의자들은 곧 멸종할 것’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제목을 달았다.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빠른 속도로 확대됐던 전 세계 인적·물적 교 류가 팬데믹으로 위축되고 있고, 저렴한 노동력을 가진 국가에 집 중됐던 생산시설도 공급 불확실성 차단을 위해 자국에서 제품을 생 산하는 쪽으로 변화하는 움직임들이 감지된다. 세계화 시대라는 이 름에 걸맞게 글로벌 기업들이 필요한 부품들을 세계 각 국 현지에 서 저렴하게, 그리고 적시에 공급받을 수 있었으나 이번 사태로 공 급망에 큰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유럽 부흥 개발은행(EBRD)은 서방의 제조업체들이 해외 생산기지를 자국으 로 옮겨오는 ‘리쇼어링(Re-shoring)’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중 무역전쟁에 코로나 19 여파까지 겹친 결과 수많은 제조 업체들이 생산기지를 다시 고국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다.

 

세계화 활력 잃고 ‘지역화

이에 더해, 미국 유명 시사주간지 ‘더네이션 (The Nation)’은 코로 나19 팬데믹이 끝나면 국제사회는 세계화의 물결이 지역화로 선회하는 등 일대 변혁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역사 적으로도 주요 자연재해들은 제국(帝國)을 무너뜨렸고 왕조를 해 체했다. 무엇보다도 중국과 그 주변 국가, 유럽 블록이 세계화의 후 퇴를 가속화할 수 있으며, 세계 무역기구(WTO)와 같은 초국가적인 기관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거 부 및 영국의 브렉시트를 통해 미리 확인되었지만 이번 코로나 19 펜데믹까지 가세되면서 세계 자본주의는 크게 활력을 잃을 수 있다. 알다시피, 역사적으로 세계화란 노동을 제외하고는 자본, 원자 재, 부품, 완제품의 자유롭고 신속한 이동으로 거대 다국적 기업들을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 이를 통해 중국은 2001년 WTO 가입 후 다국적 기업들을 위한 ‘세계의 공장’이 된 스토리는 이미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중국 상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 과했고, 미국 기업들로 하여금 중국에 세운 공급라인을 해체해 본 국으로 옮기거나, 다른 나라들로 옮기게 함으로써 미국 경제를 중 국으로부터 분리하는 시도를 줄곧 강행했다. 중국 또한 미국 시장 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타 국가들과의 무역과 투자 확대를 위해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중국 은 무역과 개발 협정에 위안화의 통용을 높이고 점차 달러와 유로를 밀어내고 있다. 반세계화의 흐름에 더해 이번 팬데믹 이후의 세 계는 서반구에서는 달러, 유럽과 아프리카는 유로, 아시아에서 위 안화를 사용하는 더 세분화되고 지역화된, 어쩌면 참 사업하기 어 려운 시장 환경이 조성될지도 모른다.

 

위에서 언급된 반세계화, 지역화와 같은 변화는 코로나19 팬데믹 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수많은 변화들 중 일부에 불과하다. 또 다른 방향성과 강도의 변화들이 뒤따를 수 있고 우리는 최대한 많은 시나리오를 만들어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팬데믹이 조기에 종식되지 못할 것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내 고 있으며, 지금의 경제위기가 V자형 반등이 아닌 L자형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우려가 크다. 모든 게 불확실한 지금 시 점에서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팬데믹 이후의 세계는 분명 그 이전과 똑같을 수 없다는 점일 것이다.

 

V자형 반등을 노리기에 는 팬데믹의 전 세계적 확산세가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며, 이를 근 본적으로 해결하는 해법도 전적으로 의학계의 손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우리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지금의 팬데믹 시대를 가장 현 명하게 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언제 정상화될지도 모르는 시기를 가늠하기보단, 새롭게 맞이할 그룹의 50년을 더 발 빠르게 준비한 다는 마음으로 혁신과 변화를 선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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