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향신료 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싸한 향에 독특한 맛으로 평범한 음식을 색다르게 변신시키는 대표적인 향신료들을 소개한다.
알싸하게 고기의 풍미를 살리는 ‘팔각’
저릴 마(麻), 매울 랄(辣)을 써서 혀가 마비될 정도로 맵고 얼얼한 맛을 뜻하는 ‘마라’의 기본 향신료인 팔각은 중국 사천 지방에서 많이 사 용 된다. 팔각의 강하고 독특한 향은 소량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어 풍미가 강한 고기 요리에 잘 맞는다. 자극적이면서 섬세한 향신료인 아니스, 달콤하면서 약간 쓴맛을 가진 육두구, 달달하면서 상쾌한 회향의 향과도 비 슷하다.
향의 토대가 되는 ‘강황’
우리나라에서는 ‘울금’이라 부르는 강황은 선명 한 노란색을 띠며 살짝 흙 냄새가 난다. 노란색을 입히는 용도의 재료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적은 양을 사용해 맛의 토대를 만들어 내는 향신료다. 주로 가루를 내 사용하지만, 생으로 다지거나 슬라이스 해서 요리하기도 한다. 카레에 들어가는 강황은 맵고 쓴 맛을 내는 인도의 대표 향신료답게 인도에서 대부분 소비된다. 생강과 비슷한 풍미를 요리에 더할 수 있어 거의 모든 요리에 두루 어울린다.
기품이 넘치는 향 ‘샤프란’
향신료의 여왕이라 불리는 샤프란은 주로 스 페인과 중앙아시아에서 생산된다. 단 1그램(g) 을 생산하기 위해 붓꽃과의 일종인 샤프란의 암 술 약 300~500개를 말려야 하기에 세계에서 제일 비싼 향신 료로 손꼽힌다. 염료는 붉은색이지만 음식에 넣으면 선명한 황금색을 띠고 맛은 씁쓸하면서도 은은한 향을 낸다. 지혈, 냉증, 생리불순에 진정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오래전부터 민간요법의 재료 로도 이용됐었는데 현대의학에서는 항암 작용이나 항산화 작 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끊임없이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내는 ‘바닐라’
샤프란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싼 향신료로 꼽히 는 바닐라는 달달하고 꽃 냄새가 나는 향과 깊은 풍미를 지녔다. 시중에 판매하는 아이스크림으로 바닐라의 향을 떠올릴 수 있지만, 신선한 상태의 껍질에서는 향이 없고, 발효가 돼야 달콤한 향이 생기는 신기한 향신료다. 바닐라 향을 베이스로 다른 재료와 어울리면, 끊임없이 색다른 맛을 만들어 낼 수 있어 ‘향신료의 어머니’라는 애칭을 가지 고 있고, 주로 디저트에 사용된다.
대중적이면서 섬세한 ‘바질’
푸릇푸릇한 색감으로 요리의 장식이나 토핑으 로 올라가 존재감을 확실히 발휘한다. 바질은 스위트 바질, 커먼 바질, 바질리코 등 이 있는데, 그중 스위트 바질이 가장 향긋하고 달콤하면서도 약간 매운맛을 지녀 대중적인 인기가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파스타를 만들 때 없어서는 안 될 재료로 여 기며 마늘이나 토마토와 궁합이 좋다. 또한 바질은 고기와 어패류와도 잘 어울려 모든 요리에 두루 사용되지만, 지나치게 가열하면 향이 약해지고 냉장 보관하면 거무스름해져 보관에 유의해야 한다.
한번 빠지면 멈출 수 없는 ‘고수’
고수는 싫어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이 극 명하게 갈리는 경향이 있지만 익숙해지면 중독 성이 있어 멈추지 못하는 향신료 중 하나다. 고수 잎은 얼얼한 버터향이 나고, 씨는 달고 매운 감귤향이 난다. 태국 요리에서 주로 접할 수 있어 태국의 대표 향신료라 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태국 주변 국가나 중동, 남아메리카, 지 중해 연안에서도 샐러드나 요리의 토핑으로 흔히 이용한다.
그윽한 향 ‘월계수’
고기를 삶을 때 냄새 제거를 위해 넣는 향신료 로 친숙한 월계수는 원산지가 프랑스 및 지중해 연안이다. 그리스에서 명예의 상징인 월계관을 만들었던 ‘베이(Bay)’ 나무의 잎이 바로 월계수다. 광택이 있는 딱딱한 잎으로, 자극적인 향과 발사믹 식초와 같은 부드러운 향이 특징이다. 생잎 상태일 때는 쓴맛이나 떫은맛이 나지만, 말리면 향기 성분이 강해져 수프 요리에 첨가하면 멋진 향을 느낄 수 있다. 과일이나 달콤한 디저트와 매치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