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창고

사례) 김 책임은 부산에서 회사를 오랫동안 다니다가 1년 전쯤 수도권으로 근무지를 이 동하게 됐다. 그러다가 최근 부산에 살고 있는 가족들이 회사 근처 아파트를 매수해서 이사 오기로 하고, 기존에 부산에 있는 아파 트는 임차를 주기로 했다. 김 책임은 여러 군데 알아보다가 A아파트가 마음에 들어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찾았다. 매입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 확실치 않아 우선 가계약금 300만 원을 걸어 놓고 나왔다. 그런데 우연히 A아파트와 비슷한 입지조건 의 B아파트가 1억 원 정도 싸게 매물로 나왓 다. 김 책임은 당연히 가계약금을 포기하고 B아파트를 매입했다. 이후 김 책임은 박 씨와 부산 아파트의 임대 차계약을 진행하고 박 씨에게 가계약금 100 만원을 받은 다음 기다렸으나, 박 씨는 끝내 다른 곳에 살기로 했다며 가계약금을 반환해 달라고 한다. 과연 김 책임은 박 씨에게 가계약금을 반환해야 할까?

 

답변) 일반적으로 부동산 매매, 임대차 등의 거래를 할 때, 거래금액이 크다 보니 일시불로 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흔히 ‘계약금’이라는 명 칭의 선금을 먼저 지급하고, 중도금, 잔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565조에 따르면,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계약금을 지급하는 경우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 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계 약을 해제할 수 있는 해약금(解約金)으로서의 성격도 함께 가지게 됩니다. 한편, 부동산에 관한 매매, 임대차 등의 일상적인 거래 관행을 보면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통상 거래대금의 10% 에 상당하는 계약금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거나, 다른 구체적인 계약조건에 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계약체결의 확신 은 없지만, 상대방이 다른 거래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구속하 고자 할 목적으로 ‘가계약금(假契約金)’을 주고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즉, 일반적인 상거래 관행을 고려해 보면, ‘가계약’이란 거래 당사자 상호간 구속력을 부여하고 싶을 때 향후 거래대금을 지급해야 할 일방이 타방에게 가계약금을 지급함으로써 체 결되는 ‘정식계약 체결에 대한 예약’이며, ‘가계약금’이란 나중에 정식계약을 체결하는 것에 대해 서로에게 구속력을 부여하는 것으로서, 매수인만이 행사할 수 있는 일종의 해약금의 성질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가계약금

이에 관해 다수의 지방법원 판례는 “실무상 매수인의 일 방적인 계약 체결 요구권을 보장하는 성격이어서 매도인 이 갖는 법적 불안정성을 보상해 줄 필요가 있다는 취지 에서 매수인이 ‘가(假) 계약’ 명목으로 매도인에게 돈을 지급했다가 본계약 체결을 포기했다면 ‘가계약금’을 되돌려 받을 수 없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계약은 매수인에게 다른 사람에 우선해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우선적 선택권을 부여하고 매도인은 이를 수인하는 데 본질적 의미가 있다. 가계약은 매수인을 위한 장치이며, 매수인이 매매계약 체결을 포기하는 경우 매수인은 가계약금 반환 역시 포기해야 하는데 이 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일방적인 계약체결 요구권을 부여함으로써 부담하는 법률적 지위의 불안정성에 대한 보상의 의미를 가진다”라고 판시해 가계약금의 법적성격을 해약금으로 인정하며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는 상거래 관행을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임대차계약의 가계약금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기존 지방법원 판례와 달리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보는 상관행을 인정하지 않 고, 당사자간 명시적으로 가계약금을 해약금으로 하기로 하는 약정이 따로 없었다면 가계약금을 해약금이라 고 볼 수 없다면서, 임대차계약이 체결되지 않더라도 집주인이 가계약금을 몰취 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임차인이 비교적 경제적 약자라는 점을 고려해 상관행 을 인정하지 않은 판단이라는 비판이 있습니다만, 가계 약금에 관한 명시적인 대법원 판례로서 임대차거래나 매매거래에서 참고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사안의 경우 김 책임이 가계약금을 받을 당시, 명 시적으로 계약체결이 되지 않을 경우 가계약금은 해약 금으로써 몰취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지 않았다면, 박 씨에게 가계약금을 돌려줘야 합니다. 그러므로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이나 임대차계약을 체 결할 경우, 매도인이나 임대인이 상대방에게 계약체결에 관한 우선권을 주고자 한다면 공인중개사를 입회시킨 고, 만약 매수인 또는 임차인이 계약체결을 하지 않는다 면 가계약금이 해약금으로 몰취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하고 가계약금을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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