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책임에게는 초등학교 고학년인 딸 A양이 있다. 최근 A양이 같은 반 B학생에게 소지품을 빼앗기고 심하게 따돌림 을 당하는 등 이른바 왕따를 당해 B학생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다. 학교 교장은 우선 사전조치로서 B학생에 대해 5일간 출석 금 지 조치를 했다, 곧이어 개최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는 B학생에게 A양에 대한 접촉 및 일정기간 보복 행 위의 금지, 학교에서의 봉사 3시간, 학생 특별교육 2시간, 보 호자 특별교육 2시간’을 명하고, 교장의 사전조치를 승인했다.
이러한 학폭위의 결정은 다른 학부모에게 알려지지는 않았다. 한편, 김 책임은 B학생에 대한 조치가 부족하다고 여겨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 상태메시지에 “학교폭력범 접촉 금지! 전 학 가기 싫으면 봉사 제대로!!”라는 문구를 게시했다. B학생 부모는 학부모 단체카톡방에서 김 책임의 상태메시지를 보고, 김 책임의 프로필 메시지로 인해 B학생의 학교폭력 사실이 알려졌다며 김 책임을 명예훼손 및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과연 명예훼손은 성립될까?
명예훼손 관련 답변
본 사안은 실제 판례가 있는데요. 해당 사건에서 검사는 카카오톡 프로필 상태메시지 가 단체카톡방의 다른 학부모들이 볼 수 있는 상태로 가해학생을 유추할 수 있으므로,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가 해학생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했고, 1심과 2심 은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학교폭력범’ 자체를 표현의 대상으로 삼았을 뿐 특정인을 ‘학교폭력범’으로 지칭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대법원 2019도 12750 판결). 이와 관련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에 관한 법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 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 손”해야 합니다(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
첫 번째 요건인 “정보통신망을 통하여”와 관련해 정보통신망법 에는 정보통신망을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하거나 전기통신설비 와 컴퓨터 및 컴퓨터의 이용기술을 활용해 정보를 수집·가공· 저장·검색·송신 또는 수신하는 정보통신체제’로 정의돼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컴퓨터, 스마트폰, 음성전화를 말합니다. 다음으로 “공공연하게”의 의미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판례는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해 말하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해”의 의미 는,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띄는 사실(간접적으로 유추될 수 있을 정도까지 포 함)을 드러내는 것을 뜻합니다. 표현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해서 볼 때 그 표현이 누구를 지목하는가를 알아차릴 정도로 피해자가 특정되기만 하면 됩니다.
본 사안의 경우 세번째 구성요건인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는지”가 쟁점입니다. 카카오톡 프로필 상태메시지는 스마트폰을 통해 표현이 전달될 수밖에 없고 불특정 다수인 이 그 상태메시지를 볼 수 있는 상태이므로, 다른 정보통신망법 상 명예훼손의 구성요건들은 모두 충족됩니다. 그런데 김 책임은 단순히 “학교폭력범”이라고만 표현해 주어를 안 썼고(소위 ‘주어 생략 항변’), 당시 학폭위의 결정이 다른 학 부모에게 알려지지는 않았으므로, 김 책임의 상태메시지만으로 는 다른 학부모가 ‘학교폭력범’을 B학생으로 인식하거나 유추하 기는 어렵다고 보입니다(대법원의 입장).
하지만 이와 같이 1, 2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갈릴만큼 명예훼 손 법리는 주관적인 판단이 많이 개입하고, 일단 기소되는 경우 에는 굉장한 불편이 따르므로 카카오톡 상태메시지나 단체 메 신저 등에서는 항상 표현에 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