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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제작비로 큰 수익’… 글로벌 플랫폼들 각축

오디오 콘텐츠의 부활은 플랫폼 시장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계 최대 오디오 스트리밍 플랫폼 스 포티파이는 지난 몇 년간 팟캐스트 기업 사냥에 열 을 올리고 있다. 2019년 팟캐스트 제작사 ‘김릿’·‘파 캐스트’, 팟캐스트 녹음 및 유통 플랫폼 ‘앵커’를 연 달아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더링어(스포츠 엔터테인 먼트 팟캐스트 회사), 메가폰(팟캐스트 광고 및 퍼블 리싱 플랫폼)을 인수했다. 올해 초에는 팟 사이츠, 차 터블 등 팟캐스트 마케팅 및 기술 업체의 인수 소식을 발표했다. 오디오 콘텐츠로 영상보다 적은 제작 비를 투입해 적잖은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 실이 증명되자, 청취자 관련 데이터를 보다 면밀히 분석해 광고 효과를 높이고자 한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 이마케터는 2019년 6억 7,870만 달러 수준이었던 미국 팟캐스트 광고 매출 규모가 2025년 2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스포티파이뿐 아니라 애플뮤직, 아마존 뮤직 등 다른 음원 플랫폼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음원만으로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든 탓에 팟캐스트 제 작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 

 

미국은 땅 덩어리가 넓고 이동 시간이 길어 전통적으로 오디오 매체의 영향력이 강하다. 여기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하 다는 이유로 오디오 콘텐츠를 찾는 MZ세대가 늘어나면서 그 힘이 더욱 커지고 있다. 책을 그대로 읽어주는 오디오북, 드라마나 영화 형태로 이어지는 오디오 시리즈 등 형태도 다양화되고 있다. 미국 시 장조 사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는 세계 오디오 콘텐 츠 시장 규모가 2020년 32억 6,000만 달러에서 2027년 140억 9,900만 달러로 4배 이상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평균 24.4%에 달하는 가파른 성장세다.

 

다양한 전략으로 시장 공략 나선 국내 플랫폼들

우리나라 플랫폼들도 적극적으로 오디오 콘텐츠 제 작에 뛰어들고 있다. 멜론과 카카오페이지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선택과 집중을 하는 모양새다. 음원 플랫폼 1위인 멜론은 하이 브·SM·YG·JYP 등 기획사별로 전용 프로그램을 운 영하는『멜론 스테이션』이나 인디 아티스트를 발 굴하고 음악 방송에 초대, 공연하는『트랙제로』등 음악 관련 콘텐츠에 주력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다양한 IP(지적재산)를 토대로 검증된 작품에 힘을 실어주는 전략을 쓰고 있다. 2017~2018년 웹소설로 연재된『사내 맞선』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웹 소설, 웹툰, 드라마의 성공에 이어 오디오 드라마로 제작돼, 지난달까지 누적 청취 110만 회를 기록했다.

 

지니뮤직은 지난 1월 처음으로 유튜브뮤직에 2위 자 리를 빼앗긴 이후 더욱 발걸음이 바빠졌다. 지난달 선보인 오디오 드라마『어서 오세요, 휴 남동 서점 입 니다』는 국내 최대 독서 플랫폼『밀리의 서재』 를 인수한 이후 공동 제작한 첫 작품이다. 밀리의 서 재가 브런치 북 전자책 출간 프로젝트를 통해 발굴한 황 보름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을 로맨스로 각색했 다. 이수혁과 오연서 등 유명 배우를 캐스팅하는 한 편 드라마에 등장하는 배우 19명 중 8명을 AI(인공 지능)로 기용한 점도 눈에 띈다. 가수 테이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OST 음원『같은 베개』역시 AI가 편곡을 맡았다. KT의 AI 보이스 스튜디오와의 협업, AI 프로듀싱 스타트업 주스 인수 등을 통해 효율적인 제작 시스템을 구현해 나가고 있다.

 

네이버의 음악 서비스 바이브는 오디오 무비라는 장 르를 새롭게 개척했다. 지난해 12월 배우 이제훈·문 채원 주연의 수사물『층』을 시작으로 9월 공개한 김강우·유재명·곽동연 주연의 첩보물『극동』, 오는 18일 공개 예정인 이선빈·이준혁·김다솜 주연의 스 릴러『리버스』에 이르기까지 탄탄한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다. 통상 오디오 드라마는 가벼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흡입력 높은 장르물에 주력한 것 이 특징이다.『층』은 1개월 동안 누적 청취 100만 회, 10개월 동안 450만 회를 기록했으며,『극동』 은 불과 열흘 만에 65만 회를 넘기는 등 빠른 상승 세를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2019년 배우 수애가 웹 소설『재혼항후』를 낭독하는 영상이 인기를 얻자 지난해 이를 오디오 드라마로 제작해 네이버 시리 즈 채널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오리지널로 만들어진 『극동』등이 10부작 안팎이라면『재혼 황후』는 소설을 그대로 옮겨 182화에 달한다. 

'오디오

지난 7월부터 누구나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으로 전환한 ‘플로’처럼 노선을 변경한 경우도 있다. 플로에 올라오는 일반인 크 리 에이터의 작품들은 그 수나 조회 수가 많진 않지 만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며 공포물『괴이 상담소』, SF『해방전선』등 일부 작품이 주목을 받고 있다.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는 CJ ENM과 손잡고 신인 창 작자 발굴 및 지원 사업 오펜을 통해 데뷔한 창작자들의 작품을 오디오 드라마로 제작 중이다. tvN 드 라마『갯마을 차차차』를 쓴 신하은 작가의『문집 (2018)』

 

 

오디오의 고유한 매력… 성장 기대감 커져

아직 메가 히트작이 탄생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오 디오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지난 8월 시청률 17.5%로 종영하며 신생 채널 ENA의 이름을 각인시킨 드라마『이상한 변호사 우영 우』처럼 히트작이 탄생할 경우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판도가 뒤바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2019년 넷플릭스 첫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킹덤』이나 올 한 해 티빙 유료가입 기여 자수 1위를 기록 중인『환 승연애 2』등이 없었다면 넷플릭스와 티빙 역시 여전히 낯선 이름일 테다. 지니뮤직 김정욱 뉴 비즈본 부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팟캐스트는 해당 콘 텐트를 소비하면 트래픽이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드 라마는 오래 곱씹으면서 듣는 사람이 많고 시의성에 서 자유로워 롱테일이 가능하다”며 장르에 대한 기 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디오 콘텐츠 자체가 가진 힘도 주목할 만하다. 정 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오디오 콘텐츠는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하지만 1대 1로 내밀한 관계 같은 느 낌을 주는 게 특징”이라며 “특히 드라마는 극적 구 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는 것보다 듣는 것이 더 큰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라고 짚었다. 이어 “디지 털 시대로 넘어오면서 시간과 장소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관련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될 수 있을 것”이 라고 덧붙였다. 밀리의 서재 김태형 콘텐츠 사업본부 장은 “유발 하라리의『사피엔스』처럼 많은 분들이 샀지만 많이 읽지는 못한 어려운 책을 30분 분량 요 약 본으로 만들어 배우 이병헌이 읽어주니 1주일만 에 1만 5,000명이 이용했다”며 “MZ세대의 콘텐츠 이용 형태에 맞는 방식으로 가공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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