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창고

자신의 결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가까운 거리, 누구보다 따뜻하게 안아 줄 수 있으면서도 누구보다 아프게 찌를 수 있는 거리에 ‘부부’가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변한다는 것

결혼생활을 시작하며 신혼부부들은 “우리 사랑 절대 변치 말자”고 약속합니다. 물론 그때는 그 마음이 서로 진실하고 간절합니다. 하지만 사계절이 변하고 자연이 순환하듯 사람도, 관계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환경에 따라 변하지 않고 제 모습을 고집하는 사람이나 관계는 어느 순간 고정된 틀에 갇혀 성장을 멈추기 쉽지요. 부부관 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영국 출신의 신학자이자 사상가인 ‘존 헨리 뉴먼’ 추기경은 “산다는 것은 변화하는 것이고, 완벽해진다는 것은 자주 변화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결혼은 결승점을 향해 꾸준히 달려가는 마라톤보다 각기 다 른 세 가지 경기로, 전략과 기술의 변화가 필요한 철인 3종 경 기에 더 가깝습니다. ‘결혼 → 자녀 출산 → 자녀의 성장과 독립 → 부부만의 빈 둥지’ 단계를 거치면서 이전 단계에서 보탬이 됐던 기술들이 다음 단계에서는 방해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결혼 초기에 매력적이었던 모습들이 중년이나 노 년에는 완전히 달라져야 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현실에 대한 인식과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탄 력성입니다. 결혼의 단계들은 서로 연결돼 있으니, 각각의 단계에서 얼마나 잘 변화하느냐가 결혼의 성공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신혼부부

결혼을 한 이상 이제 ‘나’가 아니라 ‘우리’ 로서 원만하고 생산적으로 기능하는 한 팀 이 되어야 하는 것이 신혼기의 과제입니다. 결혼은 두 개의 세상이 합쳐지는 것입니다. ‘나’라는 세상에 는 생활습관, 가치관, 친구, 가족 모든 것이 포함돼 있습니다. 나의 세상을 고집하면서 개성과 독립성을 계속 유지한다면 두 세상은 조화롭게 합쳐질 수 없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가족으로 서로를 받아들이고 살아가면서 마 주하 게 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함께 이겨나가는 팀워크가 필요합니다. 서로를 지지해주고, 앞으로의 인생을 함께 계획하는 등 모든 것이 두 사람의 기준으로 새롭게 만들어지고 합의돼 야 합니다. 이 시기의 이상적인 배우자는 적응하고 맞춰가기 위해 때때로 타협할 줄 알며, 관계를 우선으로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이라 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 자녀가 있는 부부

결혼 초에 아내들은 “사랑해”라는 말을 자주 듣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 남편이 어쩌다 용기 내어 사랑한다고 속삭 이면 아내에게서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귀찮게 하지 말고 저리 가요. 날 그렇게 사랑하면 가서 설거지나 해주세요!” 부부는 이제 전혀 다른 영역에 들어서 있습니다. 빨랫감은 계속 불어나고, 아이들은 항상 배가 고프고, 집은 엉망이고, 설거지는 넘쳐나고, 해야 할 일의 목록은 끝이 없습니다.

 

아이들을 돌보는데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부부는 서로를 위해 무언가를 할 정서적, 체력적 여유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때로는 스스로 자신을 돌볼 수 있어야 합니다. 정서적으로 성숙하고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고 홀로 설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는 게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여러모로 자기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부부가 이 단계를 잘 헤쳐갈 수 있습니다. 

 

자녀의 성장과 독립기의 부부

자녀가 있는 부부는 아이들이 부부의 모 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매일 집안을 돌아다니며 스펀지 같은 뇌로 부부의 모든 행동과 말, 사소한 것들을 관찰하고 빨아들입니다. 따라서 부모가 성숙하고 책임 있는 본보기를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단계의 부부들은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에는 흥미를 갖고 함께 즐길 줄 알며, 10대 자녀의 비논리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을 지혜롭게 눈감아주기도 하고, 분노에 휩싸이지 않고 아이들의 잘못을 타이를 수 있어야 합니다. 부부가 한 팀으로 서 서로를 열렬히 지지해주고 상대방이 선두 지휘할 때는 옆으로 비켜설 줄도 알아야 합니다.

 

빈 둥지 시기의 부부

이 단계에서는 새로운 정체성을 찾는 것 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노인이 라고 할 수는 없지만 더 이상 젊지 않습니 다. 이제껏 신혼부부로, 직장인으로, 부모로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만, 이런 단계들이 모두 지나면 자신이 누군지 알 수 없는 기분이 들게 됩니다. 그래서 자녀가 빠진 빈 둥지 단계에서는 신혼 단계처럼 부부 단 둘만의 팀워크를 다시 다져야 합니다. 함께 참여할 새로운 모험을 찾고, 서로 관심 갖는 분야를 공유하고, 굳이 함께 하 지 않더라도 생각에 귀 기울이고, 인정해주고, 왜 그것이 좋은 지 이해해주는 것만으로도 부부의 결속력을 다시 다질 수 있습니다.

 

2012년 남녀 3천6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년에 관한 본 심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년 이후에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 고 싶습니까?”라는 질문에 남성은 1위로 ‘아내’를 꼽았지만, 여 성은 1위가 ‘취미가 같은 친구 및 동료’, 2위가 ‘자녀·손자·손녀’였고, 3위가 ‘남편’이었습니다. 정년 후 아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남편과 서로에 게 간섭하지 않고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아내. 미래의 부부 사이에는 이와 같은 의식에 대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미 리 인식해 두지 않으면 노후의 부부생활이 부부 모두에게 불 행한 방향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행복하려면 변화하라!

길을 가다 보면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다정한 노부부를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 노부부가 풍파를 겪지 않았기 때문에 사이가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인생에 이따금 찾아오는 혼란과 위기를 전혀 겪지 않고 오랜 세월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부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행복한 부부와 불행한 부부의 가장 큰 차이는 인생의 단 계마다 변화해가는 배우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경험을 공 유하며 사랑을 유지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변화는 가지를 하나 뻗는 것과 같습니다. 새로운 가지가 자 라면 더 무성하게 잎을 피울 수 있는 나무가 될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변하고자 하는 부부야말로 서로를 성장시키며 행복 한 결혼생활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