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창고

코로나 19 확산에 ‘대세’로 떠오른 재택근무

코로나 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재택근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한창이다. “막상 실시해보니 출퇴근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일의 능률이 올라갔다”는 호평도 있지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갑자기 시작한 재택근무 때문에 집중 력이 떨어졌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요청하고 있는 가운데 재택근 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된 상황. 뜻하 지 않게 코로나 19가 재택근무의 효용과 과제를 가름할 진정한 시 험대로 불러온 셈이다. 아직 섣불리 말하긴 이르지만 코로나 19가 지나가고 난 뒤의 일터 풍경도 그 전과는 사뭇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때 재택근무를 금지했던 야후와 IBM

IT기업들을 중심으로 재택근무가 채택되어왔지만 사실 다른 업종 의 기업들로까지 전파는 쉽사리 이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그 어 느 기업들보다 탄력적이고, 유연한 근무를 선호할 것으로 여겨지 는 미국 IT업계 내부에서도 재택근무 실험에 회의적인 시선이 만 많지 않았다.

 

실제로 과거 야후와 IBM은 능률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시행했던 재택근무를 금지하고 직원들을 다시 일터로 불러들 였었다. 회의실, 식당 등 일터 곳곳에서 이뤄지는 직원들의 소 통 속에 반짝반짝한 아이디어가 생겨나는데, 재택근무로 오히려 ‘생산성과 창의력’이 떨어졌다는 판단이었다. 2013년 재택근무 폐 지 당시 야후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회사가 더욱 경쟁력 있고 효과적으로 바뀌려면 소통과 협력이 매우 중요한데 사무실에 모여 함께 식사하고 회의하는 동안 가장 좋은 통찰과 의사결정 이 나온다”며 “속도와 효율이 재택근무에 희생됐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이러하니 한국기업들의 재택근무 채택 비율은 더 낮을 수 밖에 없다. 2017년부터 재택근무를 포함한 유연근무제가 지원돼 지만, 실제 도입비율은 8.5%에 그쳤다. 하지만 코로나 19의 확산 은 기업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지 간에 재택근무를 피할 수 없게 만들었고 현재 기업들 상당수에서 재택근무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재택근무 체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SK그룹은 불가피한 경 우를 제외하고 모든 직원들이 회사가 아닌 곳에서 원격으로 일하 도록 했고 삼성, LG는 임산부나 면역이 취약한 직원들 위주로 재 택 근무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을 비롯한 현대중공업 그룹 일부 계열사들도 재택근무에 동참했다. 심지어 개인들의 금융정보를 다뤄 재택근무가 어렵다고 여겨졌던 금융회사 콜센터에서조차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 사태 이후 재택근무가 현실화됐다. 신한은행은 16일부터 콜센터 직원의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재택근무 실험 한 달여 만에 점차 노하우 익혀가

국내에서 이처럼 재택근무가 폭넓게 적용된 경우는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우려도, 진통과 부작용도 없지는 않았다. 야 후가 그러했듯 직원 간 소통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아 업무 효율성 이 줄어들 것에 대한 우려가 일단 높았다. 회사 밖 공간에서 일하 는 시스템이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조직 관리가 제대로 안 되 고, 일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한 달여가 지나면서 기업들도, 직원들도 점차 재택근무 노 하우를 익혀 가는 모습이다. 시행착오 끝에 갖가지 ‘재택근무 가이 드라인’도 속속 제시되고 있다. SK텔레콤 가이드라인은 “재택 여 부 관계없이 서로의 근무시간을 존중할 것”이라고 제시한다. 네이 버는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이 아닌 반드시 자택과 같은 안전한 공 간에서 근무할 것”을 강조했다.

 

의외로 만족도가 낮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단 출퇴근에 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 첫손에 꼽히는 재택근무 의 장점. 재택근무 덕분에 불필요한 회의가 확 줄어들었다는 의견 도 나온다. 직장인 B 씨는 “오히려 사무실에 없으니 눈에 보이는 객 관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도 재택근무는 거리에 상관없이 인재를 채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사무실 임차비용 등 각종 비용을 줄여주는 장 점을 가져다줄 수 있다. 이미 미국은 37%의 근로자가 재택근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은 자유로운 재택근 무 환경에서 일할 때 스트레스를 덜 느끼고 동기가 커진다는 조사 결과도 적지 않다. 최근 동아 비즈니스 리뷰(DBR)에 따르면* IT서 비스기업 소프트 초이스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4% 가 “재택근무를 허용하는 회사로 옮길 수 있다면 현재 직장을 그 만두겠다”라고 답했다.

 

코로나 19가 지나간 일터, 어떻게 달라질까

물론 재택근무가 모든 회사에 ‘정답’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재택근 무의 효과는 그를 운용하는 기업과 직원들에게 달린 것일지도 모 른다. ‘어떻게 재택근무를 하느냐’에 따라 생산성이 더 올라갈 수 도, 소통의 거리나 신뢰 부재 때문에 부작용만 낳을 수도 있다는 얘기.

 

그렇다면 생산성을 높이는 재택근무란 도대체 어떠해야 하는가. 세 계 50개국, 150개 도시에 흩어져 있는 구성원들이 함께 일하는 만 큼 그 어떤 기업보다 재택근무에 익숙한 곳이 구글. 최근 구글 코리 아는 구글의 재택근무 원칙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토크 행사를 진 행했다. 그 자리에서 소개된 노하우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일단 구 글러(구글 직원)는 모든 화상회의를 항상 가벼운 수다로 시작한다 고 한다. “함께 일한다”는 소속감과 친밀감을 주고받기 위해서다. 또 재택근무 체제에선 매니저나 팀장 등 관리자 역할이 중요하다. 온라인에서의 의사결정을 효과적으로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 혜경 구글코리아 HR 총괄은 “각자 최고의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환경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재택근무 원칙은 어떻게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고 조언했다.

 

코로나 19가 지나간 뒤 재택근무를 도입한 기업들은 어떻게 될까. 일단 일부 기업들의 근무형태가 분명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19로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원들이나 회사가 재택근 무를 바라보는 태도부터가 과거와는 확연히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 번 실험으로 효율성이 확인되면 코로나 19 사태가 안정화된 후 재 택 근무를 확대하는 기업도 늘어날 것이다. 재택근무 인프라의 필 요성도 확인됐다. 바이러스 확산 등 유사한 상황이 언제고 다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그때 가서 허둥지둥하지 않도록 이번 경험을 잘 살려야 할 것이다. 코로나 19 전염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이번 재택근무 경험을 통해 대한민국 일터는 분명 변화의 계기를 맞이한 듯 보인다

 

 

 

 

 

 

 

 

공유하기

facebook twitter kakaoTalk kakaostory naver band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