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문화인류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놀이’가 모든 문화의 근간에 있다고 보고 인류를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사람)’로 정의 한 바 있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가지고 즐기고 놀면서 시청각, 인 지력, 조절 능력 등 다양한 능력을 배우게 되며, 지능, 운동능력, 정 서적 및 사회적 발달이 더욱 활발하게 일어나게 된다. 그런 까닭에 아이의 발달 수준에 맞추어 적절한 장난감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레고(Lego)’는 여러 개의 벽돌 형태 조각인 ‘블 록’을 조립하여 갖고 노는 장난감으로, 과학 학습과 연계해 지능 발 달에도 상당한 도움을 주는 훌륭한 놀이도구로 불린다.
불량률 ‘제로’에 수렴하는 레고
레고는 여러 개의 블록을 결합해 쌓아 올리는 장난감이기 때문에 정교함이 매우 중요하다. 레고사는 ‘오직 최고만이 최고다’라는 경 영이념답게 100만 개 중 겨우 8개 정도의 불량품이 나올 정도로 정교한 제품 공정을 자랑한다. 각각의 레고 부품은 정밀하게 측정하여 제작되는데, 두 개의 블록을 맞물렸을 때 단단히 자리에 끼워지는지, 또 쉽게 분해되는지가 제품 테스트 과정에서의 핵심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10 마이크로미터(μm) 오차 범위 내의 블록이 만 들어진다. 레고사는 평균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12개 월 정도의 시간을 투자한다고 알려져 있다.
레고의 시작은 목재 장난감
레고는 덴마크어 ‘레그 고트(leg golt)’의 줄임말로 ‘잘 논다’는 뜻 이다. 처음부터 레고가 지금과 같은 플라스틱 장난감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레고 그룹의 창업자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Ole Kirk Christiansen)은 1932년 덴마크의 빌룬트라는 지역에서 가정용품을 제작하는 목공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당시 세계 대공황으로 목 공소가 폐업 위기에 몰렸었지만, 그가 자투리 목재로 만든 장난감 이 잘 팔려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크리스티얀센은 2년 뒤 회사를 ‘레고’라 이름 짓고 본격적으로 장난감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장난감은 곧 유럽 전역에 날개 돋친 듯 팔리기 시작했다.
1초에 1,140개씩 1년에 36억 개 생산
레고는 그 인기만큼 엄청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생 산된 레고 블록의 수는 약 4,000억 개에 달하며, 지금도 1초에 1,140개씩 매년 36억 개가 만들어지고 있다. 레고사가 자사의 자 동차 블록 장난감을 위해 제작하는 작은 고무 타이어는 매년 4억 여 개가 생산돼, 전 세계 타이어 생산 개수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레고 완제품 박스는 전 세계에서 1초에 7개, 1분에 420개, 1시간에 2만 5,000개가 팔린다. 사람들이 1년 동안 레고 블록 조 립에 투자하는 시간을 모두 합치면 무려 50억 시간에 달 한다고 한다.
나무에서 플라스틱으로
레고가 바퀴 달린 오리 인형 풀 토이(Pull Toy)와 자동차, 요요 등 목재 장난감으로 명성을 얻을 즈음 1942년 갑작스러운 화재로 공 장이 불타버린다. 그러나 크리스티얀센은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나무 장난감 생산을 대폭 줄이고 당시 신기술인 플라스틱 장 난감 제조를 목표로 공장을 재정비한다. 단순하고 자유자재로 조 립할 수 있는 장난감을 만들고 싶어 했던 그에게 플라스틱이란 신 소재는 새로운 영감을 줬다. 그는 영국의 한 회사에서 특허를 수 입, 접착제를 쓰지 않고도 단단하게 결합이 가능한 ‘자동 잠금 브 릭(Interlocking Bricks)’ 장난감 개발에 성공하게 된다.
영화, 게임까지 거침없는 확장
레고는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을 통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레고 역사상 최초의 라이선스 제품인 스타워즈 시리즈는 기 존 어린이 고객뿐만 아니라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성인들까지 레고 의 세계로 불러들였다. 레고사는 이후에도 해리포터, 스파이더맨, 배트맨 등 수많은 인기 작품과 계약을 맺고 제품을 발매해오고 있다. 레고 영화도 만들어지고 있다. 레고사는 TV, DVD, 극장 등 다 양한 플랫폼을 통해 영화사업에 진출해 극장 개봉작 4편으로 약 11억 달러의 이익을 거뒀다. 그뿐만 아니라 아카데미상, 골든 글로 브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작품성도 인정받고 있다.